트레이딩의 나침반

 

시스템 트레이딩을 시작해야겠다, 

라고 마음먹었던 초기에는

사실 막막함이 앞섰다.

 

맨 처음 결심을 했던 계기는 키움증권에서 제공하는 캐치 (KATCH) 서비스였다.

 

검색식 로직만 잘 세팅이 된다면,

코끼리 같은 기관님들과 공룡 같은 외인분들께서 먹다가 흘려주신

시장의 알파 비스므레한 찌꺼기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 결심을 했던데는 캐치 자체가 무료 서비스라는 점도 한 몫 했고,

HTS 내에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던 부분도 좋았다.

서버단에서 주문이 나가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 기분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

 

당시에 여러 전략적 접근을 시도했고,

그 중 가장 손쉽고, 안정성이 높은 전략은

20일선 눌림목에 진입하여 1~3주 내외의 스윙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수익이 아주 안났던건 아닌데,

내가 원하는 형태의 거래는 확실히 아니었다.

 

어떠한 종목은 20일선을 뚫고 그대로 하강했고

20일선 아래에서 한참을 노닐었으며,

참을성이 부족한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무엇보다, 분할매수매도가 지원되지 않는 문제가 컸다.

 

결국은 초기에 고려하지 않았던 API 기반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

 

전략이나 시스템의 평가에 대해서는

여러 선배 트레이더들의 글에 많은 빚을 졌다

 

의외로 매매전략이나 기술적인 지표를 다루는 글 보다는

시장의 형성원리, 자산의 배분전략,

그 외의 시장에 대한 잡담 같은데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러 선배 시스테머들의 흔적을 찾아

블로그나 사이트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혹시 시스템 트레이딩의 판에 기웃거릴 또 다른 분들을 위해

내게 많은 영감을 주셨던 선배들의 사이트를 짧게 정리할까 한다.

 

이분들이 내 나침반이었다.

 

팍스넷 미녀53님 (buja1.tistory.com/ ← 고수칼럼을 수집하시는 분인데, 멍 때리면서 쭉 읽어볼만한 블로그다)

igotit님 (igotit.tistory.com/)

시스템 트레이딩의 神님 (systemtraders.tistory.com/)

systrader79님 (stock79.tistory.com/)

유재건님 (rokanten.tistory.com/)

시스템 트레이딩 토론 (www.fntec.com/) - 대부분이 선물과 옵션 거래자들이지만, 현물에도 참고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 외에도 너무너무 많지만,

결국 로직으로 매매해야하는 입장에서는

기법을 알려주는 글보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해주는 글이 나는 좋았던 것 같다.

 

*

 

한편으로는,

아주 운이 좋게도

나의 전략적 맹점과 문제를

매일매일 체계적으로 토론하고 고도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사실 이 친구가 없었다면

더 많은 시행착오과 더 긴 개발기간이 필요했을거라 확신한다

(처음에 개발기간을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 정도 예상했으니...)

 

제도권 금융에서 리스크를 관리했던 친구인만큼,

전략이 발생시킬 수 있는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항상 정확하게 지적해주었고

여러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다

 

사심없이 조언해줄,

금융시장의 생리를 잘 아는 친구가 있었다는건

다른 시스테머들이 쉽게 얻기 힘든 행운이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호가창 앞에서는 누구나 외로운 한 개인이지만

특히나 전략이 모든 것인 시스테머는

보다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알파들을 발굴하고 연구해서 알리는

정열적인 분들에게는 삼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깜냥이 되지 않는 나는,

그저 호가창 앞에서 조용히 지내리라 다짐해본다.